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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매 세상/초매 2기

[자작시] 감기약

감기약

 

하나의 원이 부풀어오른다.

쩝… 쩝… 쩝…

 

오늘의 행복을 가슴에 품고,

배를 타고 노를 저으려는 순간

세개의 원이 들어온다.

 

큰 원이 조금씩.. 조금씩.. 자그마한 점으로 변하고,

그 점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멍하니… 멍하니...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고,

눈의 피로는 눈동자를 덮는다.

 

내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대나무 숲 깊은 곳에

홀로 철수를 내버려둔다.


 


 오늘은 오랜만에 왕십리에서 누나와의 데이트를 즐겼던 날입니다.

 

하루의 피로, 스트레스는 세수와 함께 날려버리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정갈한 슈트를 입고,

2013 벤츠 SL 클래스의 품격이 느껴지는 우아한 드라이빙을 하고 있는 도로 밑에서…

운행하는 방화행 지하철을 허겁지겁 타고 왕십리로 향했습니다.

( 아… 뛰느라 넘 힘드네요… OTL… )

 

누나와 왕십리에서 오랜만에 만나 오랜만에 먹는 봉추찜닭으로 배를 채우고,

오랜만에 배부른 행복을 느꼈습니다.

저녁 식사를 다 한 후 깔끔한 기분으로 감기약을 먹고, CGV대기 의자에 앉아있었죠.

그 때부터 정말 재미있는 말에도 웃지도 않고, 축 쳐져서, 멍하니 한 곳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감기약기운에 나의 육체와 정신이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 악~!~!~! )

다행히 늑대인간 상영하기 전 누나가 깨워줘서, 오랜만에 재미있는 영화 한편 관람했습니다.

 

감기약의 잠오게 하는 성분이 이토록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는 하루였습니다.

 

철수의 내일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며, 숲속에 내버려두었던 주인공의 아픔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듯 합니다.

 

이상, 행복을 노래하는 초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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